"분향소 닫지만 잊지 않겠다"는 '걔소리' 라는 데
"분향소 닫지만 잊지 않겠다"는 '걔소리' 라는 데
  • 이병국
  • 승인 2021.07.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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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학4동 건물붕괴 사망 사고

"'함께 먹은 듯한' 자들끼리 처벌은 1도 없이 두리뭉실 넘어가기"
"정의당 기자회견 행간 의미 보면 누가 책임질 일인지 분별 가능"
"땅뙈기 떼어내 희생자 추모 공원이라도 만들어라" 등 의견 나와

 

광주시 동구가 학4동 건물붕괴사고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6월 10일부터 운영해오던 합동분향소를 12일 철거하기로 한 것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 담긴 벌언을 쏟아냈다.
사고와 관련해서 '뜬금없이 죽은 자들'을 위로하는 행정책임 혹은 '도의책임'을 지는 사람이 '1'도 없다는 얘기가 표출된다.
분양소 폐쇄를 결정한 날 임택 동구청장은 "더 이상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전도시 조성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임 청장은 '구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안전을 기본부터 바로 세우고 재발 방지를 위해 조직개편 등을 통해 안전만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임 청장은 "전관예우-부정부패 등 묵은 악습을 청산하겠다"면서 "청렴은 선택이 아닌 공직자 사명이자 의무이기에 일탈행위 적발 때는 무관용원칙으로 일벌백계할 것임을 동구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지역 주류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쌉'하며 입을 다물고 있는 행태인 듯 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기자회견과 광주경찰청 항의방문(지난 8일)했다.
시민들은 임택 동구청장이 말한 '구민들에게 드리는 말씀'과 정의당 광주시당 기자회견 내용을 비교하면 사고 원인에 대한 '간극'을 살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이 죽었는데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데 그걸 어쩔 것이냐. 물증이 없다는데"라며 "'땅 따먹기' 때문에 생긴 일인데 땅뙈기 조금 떼어내 그 흔한 추모공원이라도 세우라. 그게 죽은자들에 대한 예우"라는 의견이다.
두 가지 입장문 전문을 싣는다.

<구민들에게 드리는 말씀>
2021. 07. 12
광주 동구청장 임택

오늘로 학동4구역 철거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운영을 마감합니다. 
사고희생자 아홉 분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냅니다. 그리고 부상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행정의 책임자로서 지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광주시민과 국민들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6월 9일 학4구역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하고 3일째가 되었습니다. 동구에서는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어제까지 동구청 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운영해왔습니다. 
그간 6천여 명의 조문객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분들을 추모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달라며 한목소리를 내셨습니다. 
오늘 저를 비롯한 공직자들은 희생자 영령 앞에서 이 같은 비극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각오로 다음 네 가지 약속을 다짐합니다. 
첫째, 이번 사고를 계기로 ‘주민 안전’을 구정의 제1 기치로 삼아 안전의 기본부터 바로 세워 두 번 다시 이러한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방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부구청장 직속으로 안전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건축물 관리강화를 위해 ‘건축안전 전담팀’을 신설하겠습니다.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설립하고 안전정책자문단을 꾸려 안전 행정의 실효성을 확립하겠습니다. 안전만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지역민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 하겠습니다.
둘째, 안전 점검에 전문성을 확보하고 불법 행위 시 형사고발 등 엄중 책임을 묻겠습니다. 여전히 건설 현장의 오랜 관행과 안전불감증을 우려하는 주민들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리 동구는 조금이라도 사고 우려가 있는 위험지역과 시설에 대해서는 전문가를 동반한 안전 점검을 강도높게 실시해 위험 현장은 즉각 공사중단을 요구하고 시정조치와 함께 책임자의 업무 태만 시 형사고발 조치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셋째, 안전과 관련한 주민민원에 대해서 단체장이 직접 접수부터 처리 과정, 그리고 결과를 보고받는 시스템으로 재편하겠습니다. 또 건축물 해체와 관련해서는 ‘안전 재해 예방 매뉴얼’을 새로 만드는 한편 재개발조합의 투명한 운영을 견인하고 견제기능을 대폭 강화하겠습니다. 더불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규모 공사 현장에 대해서도 꼼꼼한 안전 점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감독하겠습니다. 
넷째, 주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을 위한 무한책임은 바로 우리 공직자들에게 있음을 뼈아프게 되새겼습니다. 전관예우, 부정부패 등 묵은 악습을 청산하고 구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청렴 공직자가 되기 위해 전 직원이 나서겠습니다. 청렴은 선택이 아닌 공직자의 사명이자 의무이기에 일탈행위 적발 시 무관용원칙으로 일벌백계할 것임을 동구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끝으로,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행정 전반의 작동시스템을 새롭게 점검하고 1천여 공직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민선7기 동구 역점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광주 종가집’ 동구 명성 회복과 미래 발전의 주춧돌을 놓겠습니다.
부디 영령들이시여, 아픔과 고통이 없는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다음은 지난 8일 정의당이 광주경찰청을 항의방문하면서 밝힌 기자회견문 전문.

학동 참사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라!
2021년 7월 8일
정의당 광주광역시당

경찰의 일방적인 1차 수사 경과 발표 연기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

학동 건물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수사가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경찰의 수사 과정은 언론 보도를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다. 그래서 중간 수사 경과 발표가 중요했다. 그동안 여러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제기한 의혹들을 경찰이 얼마나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정되었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경찰이 갑자기 중간 발표 없이 최종 수사 결과만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국과수 사고 원인 분석 결과가 늦어져서 원인 규명을 발표하지 못한다는 게 그 핑계다. 지금까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원인과 책임 규명에 중점을 두고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사고 원인 분석이 늦어져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는다면, 책임 규명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인가 묻고 싶다. 직접적 사고 원인 규명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학동 참사를 둘러싼 현대산업개발의 책임 문제, 학동 4구역 재개발 조합의 비리 문제다. 이를 규명하는 것이 학동 참사의 근본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언론과 시민사회를 통해 이미 밝혀진 것처럼, 이번 참사의 원인들은 다층적이다. 재개발 사업 비리와 현대산업개발 원청 책임은 그물망처럼 얽혀있다. 그것들이 제대로 수사되고 있는지 점검할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없다면, 광주경찰청이 이 문제를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 내 비리 문제, 조합장 부정선거와 브로커의 전횡, 정·관계와의 유착 문제, 보류지 부정 제공 의혹 등에 대한 경찰 수사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외국으로 도피한 정비관리업체 관계자 봐주기 의혹 또한 철저하게 규명되고 있는가.

첫째, 학동4구역 조합장 불법선거 의혹을 재수사하라.
시작은 학동4구역 조합장 불법선거였다. 과거 OS요원을 고용한 부정선거와, 해외로 도피한 문흥식 씨의 투표함 강제 개봉 사건으로 선출된 조합장은 지금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조합원들이 OS요원의 부정선거 녹취록과 선거장에 난입한 문 씨에 대한 진술과 영상기록을 가지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제기된 의혹들을 밝히지 못하고 무위에 그쳤다. 만약 경찰이 적극 수사로 부정선거를 밝히고 조합이 정상화되었다면 이번과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참사의 최초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조합장 불법선거 의혹을 재수사하라.

둘째, 사건의 핵심고리로 지목되고 있는 문흥식 씨의 도피 과정을 철저하게 수사하라.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문 씨는 사무실에 나타나 다수의 자료를 챙겨갔다고 한다. 그리고 13일 미국 시애틀로 도망갔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불과 4일 만에 문 씨가 홀로 미국으로 도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비자를 발급받거나, 전자여행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둘 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절차다. 해외 출국에 필수적인 코로나19 검사 또한 어디서 어떻게 받았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문 씨의 도피 과정에서 경찰이 출국금지와 같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도피 가능성이 있는 사건 관련자의 신변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 분명하다. 벌써 시민들은 경찰 내부에 문 씨의 조력자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후 수사결과가 충분치 않다면 이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 책임을 물을 것이다. 대한민국 경찰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경찰은 문 씨의 도주 과정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문 씨가 어떻게, 누구의 도움을 받아 해외로 도망갈 수 있었는지 철저하게 수사하라.

셋째, 규정보다 4배 많은 학동4구역 보류지 특혜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라.
‘광주광역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와 재개발조합 정관에 따르면 학동 4구역의 보류지(조합원과의 소송에 대비해 여분으로 남겨두는 세대)는 총가구의 1%인 22세대다. 그러나 동구청은 이보다 4배가 넘는 90세대의 보류지를 조합에 승인해주었다. 통상적으로 보류지가 1% 미만으로 지정되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동구청이 허가해준 것을 두고, 조합과 동구청 간의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조합이 이렇게 확보된 보류지의 잔여분을 지역 정·관계에 로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과도한 보류지 지정과 정·관계 유착 의혹에 관해 철저하게 수사하라.

넷째, 학동3구역 부적격세대와 임대주택에 대한 특혜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라.
학동4구역 이전에 분양된 학동3구역은 일반 분양 결과 100여 세대가 부적격 세대로 처리되었다고 한다. 이후 부적격 세대의 분양권이 정·관계 유력 인사와 경찰 간부 등에게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분양권을 받으면 이후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이는 명백한 특혜 제공이다. 이번 학동4구역과 3구역의 조합장이 같은 인물인 만큼, 경찰은 관련 인물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부적격 처리된 분양권이 누구에게 어떤 경로를 통해 제공되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언제까지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정의당이 광주 전역에 재개발·재건축 비리를 제보받는다는 현수막을 게시한 지 사흘도 되지 않아 시민들의 제보 전화와 방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로 드러난 학동 4구역뿐만이 아니다. 이미 광주 곳곳의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이권 개입, 조합장 비리, 업무추진비 유용, 용역 업체 선정 비위 등이 횡행하고 있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행정 관청과 바로잡아야 할 경찰의 책임이 막중하다. 학동 재개발사업에서 드러난 의혹들만 보더라도, 광주 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관리·감독하고 수사할 이유는 충분하다. 행정과 경찰은 제2의 학동 참사가 일어나는 것을 기다리고만 있을 것인가. 소는 잃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학동 참사로 광주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제 광주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개발비리를 근절하고 개발참사를 막아내서 광주를 부정부패 없는 정의로운 도시, 시민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학동 참사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표피에 그치지 않고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제기로 이어져야 한다. 정의당은 오늘 경찰청 항의방문과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들의 문제의식을 경찰에 전달하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다. 경찰이 부디 경각심을 가지고 학동 참사 관련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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