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요금 1400원에 흐르는 '정'
시내버스요금 1400원에 흐르는 '정'
  • 이병국
  • 승인 2021.06.05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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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5000원 짜리 밖에 없어서..."
버스기사 "다음엔 충전하고 타세요"

세상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정(情)’이란 무엇입니까.

5일 광주광역시 운암동에서 금남로를 거치는 51번 시내버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어르신 한 분이 차에 타셨습니다.
자세히 보니 손을 미세하게 떨고 계십니다.
5000원을 요금통에 넣으려고 하시며 버스 기사에게 말합니다.
"5000원 짜리 밖에 없어요."
"버스요금은 현금으로 1400원입니다."
"그럼 만원 내야 하나요?"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아니, 할머니 1000원짜리 없어?"

갑자기 30대로 보이는 버스 기사가 반말투 입니다.
'없어요. 이 5000원 짜리 밖에."
어르신은 계속 손을 떨었습니다.
"일단 자리에 가서 앉아봐."
자리에 앉으신 할머니와 버스 기사는 계속 대화를 나눕니다.
"5000원 낼 테니 돈 내주세요."
"100원짜리도 없어?"
"(버스 카드를) 충전 못해서 없어요.”
"그럼 다음에 타실 때는 꼭 버스카드 충전해서 타세요."
(아하! 친할머니나 어머니한테 하는 말투였구나...)

할머니가 타기 전에는 자신감 있게 달리던 버스가 속절없이 비실댑니다.
속도계를 슬쩍 봤습니다.
시속 40~45㎞.
버스는 임동 못미처서부터 금남로 5가까지 '꾸준히' 그 속도를 유지하며 운행했습니다.
할머니가 내리시자 버스는 다시 쌩쌩하게 속도감을 되찾았습니다.
승객 그 누구도 버스 기사에게 뭐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잠깐 동안 버스 승객들 마음에는 평소와 다른 울림이 있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버스 기사는 '정당한 요금'을 청구하지 않아 회사로부터 징계받는 사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 몸 가누기 힘들어 보이는 할머니는 100원짜리 46개(1개 무게 5.42g)를 거추장스럽게 들고 가지 않아도 됐습니다.

대저 정이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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