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에서 느낀 '시민정신'
무등산에서 느낀 '시민정신'
  • 이병국
  • 승인 2020.09.03 2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르막 산길에서도 10에 8~9는 마스크
'미착용' 있다가도 사람 만나면 재빨리 써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있기 따분해하는 사람들이 무등산을 많이 찾는다는 제보 아닌 제보를 듣고 3일 실제 찾아가봤다.
광주 금남로는 비가 내릴 듯 흐렸다. 오후 2시 무렵 무등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에게 요즘 무등산 찾는 사람들이 많은가 물었더니 약간(10~20%) 는 것 같다고 했다.
버스가 정류장에 닿았을 때 버스를 타려고 대기하던 사람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색다른 광경이었다.
대개 도심에서는 버스 대기 승객 중 한 둘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는데.
증심사~약사사를 거쳐 새인봉으로 방향을 잡았다.
약사사까지 마주친 사람들 숫자는 70여 명.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아! 빛나는 광주, 광주 시민정신!
감탄했다.
신자는 아니지만 약사사(藥師寺)에 들러 복전함에 미성(微誠)했다.
의사들이 파업을 끝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의사나 약사나 모두 국민 품으로 돌아오시라.
경사도 있는 산길을 걷자니 숨이 헉헉 차올랐다. 그래도 마스크는 벗지 않았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누가 꼭 가봐야 한다고 하지도 않았고, 이런 거 해봤자 별 의미도 없는데' 했다.
'칼을 뽑았으면 호박이라도'라는 마음으로 '강행'했다. (이게 기회비용이던가)
그러고 보니 최근 10년래 산에 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두 다리를 비난하며 올라갔다. (비난은 자신에게 해야 하는데 시쳇말로 안 되면 조상 탓이다)
두 다리 꼴을 보며 갑자기 '코로나피해자연대'라는 단체가 떠올랐다.
코로나19 피해자? 전 세계인이다. 박쥐는 빼고. (쥐박이도 사실은 박쥐인지 모른다. 이름에 박 자가 들어가지 않은가)
누구에게 보상 받아야 하나? 하나님?(전지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셨다는 그 분? 그렇다면 코로나감염증도 필히 그 분이 만들지 않으셨을까?)
그런데 저 단체는 목사가 주도하는 것 같던데?
갑자기 다중망(인터넷)에서 보았던 짤방이 생각나서 피식했다.
예수로 보이는 자가 요즘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하는 목사라는 자 멱살을 잡고 '이걸 그냥 확~'하는 장면이다. (님 폭력은 자제요)
뭐 그러든지 말든지. 우리는 방역을 해야 한다.
국민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법외노조 신분을 벗고 법률 지위를 회복했다는 소식이 기뻤다. 용맹정진을 간절히 기대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올라갔다.
삼거리 이정표가 보였다.
와! 공기 맛이 달라졌쩌요! (표준말은 달라졌어요)
마스크를 통해 들어온 공기가 기분 좋은 '느낌적 느낌'이었다.
3~5분 간격으로 사람들이 앞뒤로 지나갔다. (평일인데 사람이 많기는 많네. 그 중 한 사람이 나)
모두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착용하지 않고 산행하시던 분들도 사람이 보이면 재빨리 착용하셨다.
다시 한 번 시민정신을 느꼈다.
누구에게 피해주지 않고 피해 받지도 않는.
기분 좋은 느낌이다.
그래서 노래를 불렀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강허달림이 부른 ‘기다림 설레임‘이다.
원곡 음정으로 불렀다. (진짜? oo, 레알.)
산행은 훌륭했지만 두 다리는 아니었다.
겨우 시발 (아니 해발(海拔). 해(Sea)발이나 Sea발이나. 욕 아니다) 490m 새인봉을 올랐다고 삐걱거리는 두 발이라니.
갑자기 게비스(kbs 애칭)엔가 근무하는 박대기 기자가 떠올랐다. 언젠가 봤던 그는 눈사람 자체였다. 그가 꼭 대기자(大記者)가 되기를 응원한다. 그 정도 노력했으니 보답 받아야 한다. 그에 비하면 이 글을 쓴 자는 하하기자다. 하하(下下). 노력하겠다.

한가지 빠뜨린 게 있다. 무등산에는 가슴 한 편이 울컥해지고 내내 아려오는 그 사람, '노무현 길'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